나의 이야기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늘충고 2014. 10. 10. 18:51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이 책을 읽을 즈음 친구들과 울릉도(독도)여행을 계획했었다. 날씨 관계로 포항에서 여행은 취소되었다. 국내여행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대단히 설득력 있고 기발한 구성이며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처음 단순한 여행기 정도로만 알고 읽으려 했다. 주인공은 면도할 물 온도 1도만 달라도 하인을 해고할 만큼 정확성을 추구하는 필리어스 포그. 기계처럼 같은 시간 클럽의 같은 자리에서 점심 먹고 신문 보고 저녁 식사 한 뒤, 밤 12시까지 카드놀이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 클럽 사람들과 내기를 걸고 새 하인 파스파르투투(이하 파스)와 세계 일주. 인도 전 구간 철도 개통으로 80일이면 가능하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정확히 80일 만에 돌아올 수 있다 장담한다. 재산의 절반을 내기에 걸고, 나머지 경비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 퍽 흥미롭다.

런던 출발, 파리, 수에즈, 예멘의 아덴, 인도 뭄바이와 콜카타,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 요코하마,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영국의 리버풀을 지나 다시 런던에 돌아오는 여로. 그는 이 긴 여행에 사용할 모든 교통수단의 출발도착 시각을 알아 최단시간으로 환산했고, 80일은 이런 계산의 결과였다.

인도 여행에서부터 뜻밖의 요소가 끼어든다. 첫 번째 의외의 변수는 그를 은행 절도범이라고 착각한 형사 픽스. 그는 수에즈에서부터 접근, 여행 전 구간을 대부분 따라다닌다. 포그의 하인 파스에게 아편을 피게 해 요코하마행 배를 놓치게 하고, 주인공을 절도범으로 체포해 리버풀-런던행 기차를 놓치게 한다. 두 번째 의외의 사태는 인도 횡단철도 완공 사실이 신문 보도의 잘못이었던 것. 할 수 없이 현지 안내인이 모는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통과한다. 일행은 추장이던 늙은 남편의 장례에 함께 화장당할 뻔한 여인을 구해 준다. 그런 그녀는 위험한 인도 땅을 벗어나려고 포그 일행을 따라나서게 된다.

예상 밖의 일들은 또다시 벌어진다. 미국횡단 중 그곳 원주민들이 미국정부의 대륙횡단 철도건설에 대항해 기차를 습격하고, 파스가 잡혀 간다. 포그가 기병대와 함께 파스를 구출했지만, 기차가 떠나버려 돛 달린 썰매로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또 리버풀 가는 배를 놓쳐 화물선을 탄다. 선장을 감금해 행선지를 바꾼다든지, 배를 통째로 구입해 나무로 된 부분 모두를 연료로 소비하며 아일랜드 항구 퀸스타운에 겨우 도착한다는 대목은 기발하다.

우여곡절 끝에 리버풀에 도착했지만 런던행 기차를 타려 할 때 픽스 형사가 포그를 은행강도 혐의로 체포했지만 다행히 진범이 3일 전 잡힌 걸로 밝혀져 포그는 풀려난다. 놓친 기차 때문에 5분 늦게 도착한 그는 모든 재산을 거의 다 잃을 지경에 놓였다.

한편 아우다는 포그에게 사랑을 고백, 청혼에 이어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파스파르투가 목사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지만 목사가 일요일은 주례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 파스파르투는 자신들이 날짜 변경선을 넘어 동쪽으로 오는 바람에 하루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포그는 약속 시간 3초를 남기고 클럽으로 돌아갔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성공시킴으로써 맡겼던 재산과 여행 경비를 되찾고, 사랑하는 여인까지 얻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독자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내기’와 형사의 ‘추적’, 의외의 돌출 사건이 적절히 가미됨에 따라 흥미가 더해졌던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천은실 님의 동화 같은 삽화도 좋았다.